여왕개미 솔새김남식
장맛비가 요란하게 내리던 어제 새벽
여왕개미가 유명을 달리했다
죽은지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짧은 생을 마감하는 장례가 거행되었고
제사상에는 삐뚤어진 지네가 누워 있었다
하늘도 슬픈지 온종일 비를 퍼붓고
풀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영롱한 제주(祭酒)였다.
정신없이 한참 문란한 개미들
독식의 가면을 쓴 무리가 바글바글하고
제 몸짓보다 몇십 배나 큰 지네를
야금야금 정복하는 개미들이 살판났다.
애초에 여왕개미의 장례는 물 건너 갔고
거대한 유산 앞에서 꼴불견 마냥
확 뒤집힌 눈
더듬이를 똑바로 세워서
집게 이빨을 들이밀며 치열하게 다투는 사이
먹잇감은 비바람에 떠 밀려가고
이윽고 송두리째 바닥으로 떨어져
아예 도랑물에 떠내려간다.
이제 굶어 죽게 생긴 불개미들이
화해의 몸짓으로 그나마 더듬이를 내리고
일렬종대로 서서 피난을 감행하는 하루였다
어디를 가는지 행군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여왕개미가 새벽에 유명을 달리하고
그들이 화해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긴 장마 속에서도 그해 여름은 깊어가고 있었다
.
한때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내 이웃과 친구를 외면한 적이 있다면 마음을 순화하고
좋은일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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