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맞닿은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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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 8000m 고지에서 14좌 완등에 도전하고 있는 산악인이 등정을 하다 1,000원짜리 지폐를 발견했다고 치자. 이 지폐를 줍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일까, 그냥 지나치는 게 이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냥 지나치는 게 낫다. 히말라야 8000m짜리급 1좌를 오르는 데 후원사가 지원하는 비용은 대략 2억원. 그 기간을 평균 20일로 잡으면 시간당 41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오 대장이 가던 길을 멈춘 뒤 허리를 굽혀 지폐를 줍고 다시 서는 데 드는 시간을 10초(8000m 이상의 고산에서는 앉았다 서기도 힘들다)로 잡는다면 1150원. 단순 비교를 하면 그냥 지나치는 게 나은 셈이다.
고산등정은 주판알을 튕기면 도통 계산이 나오지 않는 도전이다. `adventureStats.com`에 따르면 8000m이상급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첫 관문인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하다 사망할 확률은 2.05%. 100명에 2명이 죽어가는 도전에 2억원을 쏟아붓는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하지만 그들은 오른다. 옆에서 동료가 쓰러지고 동상에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도, 또 크레바스가 호시탐탐 목숨을 노려도 기어이 오르고 또 오른다.
◆ 고산등정은 돈과의 전쟁
한 산악인은 말한다. 고산 등정이야말로 가장 비싼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8000m 이상의 고산을 오르는 일은 그야말로 돈과의 전쟁이다.
우선 산에 들어가는 데 드는 입산료. 통상 팀당 1만달러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 돈으로는 1300만원 수준. 현지 여행 대행사도 섭외해야 한다. 대행료만 400만원 선이다. 여기에 등정대 팀원을 5명으로 가정할 경우 항공료는 1000만원 선. 음식비도 많이 든다. 쿡(cook)이라 불리는 요리사를 두고 현지에서 직접 음식을 조달해 먹는데 이 비용만 대략 500만원. 베이스캠프를 지나 정상을 공략하는 캠프 루트에서 먹는 고소식 비용도 100만원 이상을 추가해야 한다.
추가 인원에 대한 비용도 있다. 등정대를 안내하는 가이드(정부 연락관)에 정상까지 팀을 안내하는 셰르파(안내원), 짐을 대신 들어주는 포터(porter), 쿡(요리사) 등 6~7명 정도의 인원이 더 들어간다. 8000m봉 1좌를 오르기 위해 한 달간 함께해야 하는 이들의 인건비는 3000만원 정도.
짐을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하는 것도 돈이다. 카라반(caravanㆍ차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등반 대상지의 베이스캠프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것) 때 포터들을 섭외해 짐을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만원. 예비비도 500만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
또 있다. 쓰레기에 대한 환경부담금 100만원이다. 등정대 규모가 두 배 정도로 커진다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좌를 공략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20일에서 한 달 정도. 평균 20일로 잡고 투입되는 비용을 2억원 정도로 단순 계산한다면 시간당 40만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익스트림 스포츠`가 고산 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산등정은 주판알을 튕기면 도통 계산이 나오지 않는 도전이다. `adventureStats.com`에 따르면 8000m이상급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첫 관문인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하다 사망할 확률은 2.05%. 100명에 2명이 죽어가는 도전에 2억원을 쏟아붓는다?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하지만 그들은 오른다. 옆에서 동료가 쓰러지고 동상에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도, 또 크레바스가 호시탐탐 목숨을 노려도 기어이 오르고 또 오른다.
◆ 고산등정은 돈과의 전쟁
한 산악인은 말한다. 고산 등정이야말로 가장 비싼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8000m 이상의 고산을 오르는 일은 그야말로 돈과의 전쟁이다.
우선 산에 들어가는 데 드는 입산료. 통상 팀당 1만달러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 돈으로는 1300만원 수준. 현지 여행 대행사도 섭외해야 한다. 대행료만 400만원 선이다. 여기에 등정대 팀원을 5명으로 가정할 경우 항공료는 1000만원 선. 음식비도 많이 든다. 쿡(cook)이라 불리는 요리사를 두고 현지에서 직접 음식을 조달해 먹는데 이 비용만 대략 500만원. 베이스캠프를 지나 정상을 공략하는 캠프 루트에서 먹는 고소식 비용도 100만원 이상을 추가해야 한다.
추가 인원에 대한 비용도 있다. 등정대를 안내하는 가이드(정부 연락관)에 정상까지 팀을 안내하는 셰르파(안내원), 짐을 대신 들어주는 포터(porter), 쿡(요리사) 등 6~7명 정도의 인원이 더 들어간다. 8000m봉 1좌를 오르기 위해 한 달간 함께해야 하는 이들의 인건비는 3000만원 정도.
짐을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하는 것도 돈이다. 카라반(caravanㆍ차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등반 대상지의 베이스캠프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것) 때 포터들을 섭외해 짐을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만원. 예비비도 500만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
또 있다. 쓰레기에 대한 환경부담금 100만원이다. 등정대 규모가 두 배 정도로 커진다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좌를 공략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20일에서 한 달 정도. 평균 20일로 잡고 투입되는 비용을 2억원 정도로 단순 계산한다면 시간당 40만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익스트림 스포츠`가 고산 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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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 8000m 죽음의 지대
=`죽음의 지대.` 고산 등반가들은 해발 7500m 이상의 산을 `죽음의 지대`라 부른다.
고산 등정의 상징인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등정`의 역사는 실제로 죽음의 역사다.
매년 수십 명에 달하는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곳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등반가의 공동묘지` `죽음을 부르는 산`으로까지 불리는 K2의 통계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adventureStats.com`에 따르면 K2 정상을 밟은 사람은 모두 300명이다. 반대로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도 77명에 달한다. 정상 정복 상품까지 나왔다는 에베레스트도 마찬가지다. 산을 오르다 사망할 확률은 2.05%. 정상에 올랐다 하산할 때 사망할 확률도 1.82%에 달한다. 정상에 오른 100명 중 2명은 하산하다 죽는다는 얘기다.
◆ 왜 오를까…고산 등정의 심리학
그렇다면 왜 오를까.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명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동,서양은 서로 동기를 다르다고 한다. 동양은 산을 신들의 거처로 숭배했고 서양에서는 산을 `악령과 괴물들`의 거처로 접근을 꺼렸다는 것에 착안해 동양인들은 신의 거처를 넘보기 위한 욕망 때문에, 반대로 서양은 금기를 넘어서는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는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늘 이렇게 답했다. 고산지대에서 극도의 위험을 경험할 때,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고. `이제 죽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안이 사라지면서 시간 감각이 없어진다고. 등반은 죽음과 맞서서 얻는 소중한 깨달음이라고. 산의 정상에 대해선 이렇게 정의한다. "정상이란 산의 꼭대기가 아니다. 하나의 종점이자 모든 곳이 모여드는 소실점, 결국 세계가 무(無)로 바뀌는 곳이다. 나는 정상에서 일종의 열반을 체험했다."
죽음을 직면하는 과정에서 생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는 유혹. 죽음 속에서 자신과 세계를 한데 껴안는 감정. 너무나 뻔한 지루한 일상 말고 또 다른 일상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맛이라면 한번쯤 죽더라도 오를 만할 것 같다.
=`죽음의 지대.` 고산 등반가들은 해발 7500m 이상의 산을 `죽음의 지대`라 부른다.
고산 등정의 상징인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등정`의 역사는 실제로 죽음의 역사다.
매년 수십 명에 달하는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곳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등반가의 공동묘지` `죽음을 부르는 산`으로까지 불리는 K2의 통계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adventureStats.com`에 따르면 K2 정상을 밟은 사람은 모두 300명이다. 반대로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도 77명에 달한다. 정상 정복 상품까지 나왔다는 에베레스트도 마찬가지다. 산을 오르다 사망할 확률은 2.05%. 정상에 올랐다 하산할 때 사망할 확률도 1.82%에 달한다. 정상에 오른 100명 중 2명은 하산하다 죽는다는 얘기다.
◆ 왜 오를까…고산 등정의 심리학
그렇다면 왜 오를까.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명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동,서양은 서로 동기를 다르다고 한다. 동양은 산을 신들의 거처로 숭배했고 서양에서는 산을 `악령과 괴물들`의 거처로 접근을 꺼렸다는 것에 착안해 동양인들은 신의 거처를 넘보기 위한 욕망 때문에, 반대로 서양은 금기를 넘어서는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는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늘 이렇게 답했다. 고산지대에서 극도의 위험을 경험할 때,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고. `이제 죽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안이 사라지면서 시간 감각이 없어진다고. 등반은 죽음과 맞서서 얻는 소중한 깨달음이라고. 산의 정상에 대해선 이렇게 정의한다. "정상이란 산의 꼭대기가 아니다. 하나의 종점이자 모든 곳이 모여드는 소실점, 결국 세계가 무(無)로 바뀌는 곳이다. 나는 정상에서 일종의 열반을 체험했다."
죽음을 직면하는 과정에서 생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는 유혹. 죽음 속에서 자신과 세계를 한데 껴안는 감정. 너무나 뻔한 지루한 일상 말고 또 다른 일상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맛이라면 한번쯤 죽더라도 오를 만할 것 같다.
4000m 산 위에 인터넷카페, 석유 배달시켜 온수 샤워도 | |
노멀루트(normal route)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다 보면 고도 4000m 지점의 베이스캠프에서 깜짝 놀랄 광경을 만난다. `인터넷 카페`라고 쓰인 간판. 겉모양은 천막이지만 안에서는 실제로 인터넷이 가능하다. 올드 알피니스트들이라면 최근 에베레스트의 외모에 입이 쩍 벌어질지 모른다. 비좁은 산등성이에 세계 각국 산악인들이 친 수백 개 텐트가 들어차 있다. 심지어 돈만 내면 빙하수와 석유까지 배달돼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할 수 있다는 것. 성수기인 5월에는 이곳을 찾는 등반객만 1000여 명에 달한다. 최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실상(?)을 전한 독일 여성 언론인 빌리 비어링은 저명한 주간지 슈피겔에서 "한 뉴질랜드 등반팀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헬기로 공수해 온 초콜릿 무스케이크와 딸기를 먹고, 저녁엔 `시네마 텐트`에서 평면 TV로 영화를 봤다"고 놀라워하면서 "심지어 한 러시아 등반대는 한 손엔 보드카를 든 채 한 달에 5000달러(약 640만원)를 내고 무선인터넷을 하고 있었다"고 낱낱이 보도했다. 산악인들을 위한 빵집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빵집이 될 `베이스캠프 베이커리`에서는 치즈크루아상과 초콜릿칩쿠키, 애플파이 등을 사먹을 수 있다. 애플파이는 우리 돈 3000~4000원 정도. 슈피겔지는 "상업적 관광 행태가 에베레스트에까지 닿았다"고 꼬집는다. 비어링은 "이미 몇몇 업체들은 2만유로(약 3600만원)씩을 받고 정상까지 안내하는 등반 상품까지 팔 정도"라고 슈피겔지에 밝혔다. 하지만 돈이 전부일 수는 없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달하려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해발 약 2700m의 공항에 내린 뒤 일주일 정도 험한 산길을 걸어야 한다. 혹독한 고산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베이스캠프 역시 시작일 뿐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닿으려면 고도 1000m 간격으로 만들어진 전진기지 `캠프1-캠프2-캠프3-캠프4` 루트를 거쳐야 한다. 베이스캠프,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다. |
얼마나 올랐나 `등정주의`, 어떻게 올랐나 `등로주의` | ||||||||
고산 등정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단지 오르는 데에만 올인한 등정주의(登頂主義)와 과정에 의미를 둔 `등로주의(登路主義)`다. 물론 정상 정복이라는 목적은 같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이나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 세계 7대륙 최고봉, 3극점)은 일종의 등정주의다. 여기에 `최단 기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면 더 그렇다.
등로주의, 즉 머머리즘(mummerism)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따진다. 평점을 주는 기준이 어디에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어려운 등반 과정을 거쳤느냐는 것. 1년에 한 번 선정되는 최고 알피니스트상인 `황금 피켈상` 자격요건을 보면 보다 의미가 명확해진다. 산소, 셰르파, 고정 루프, 무전기를 썼다면 감점 요인이다. 심지어 돈도 감점 대상이다. 등로주의 입장에서 보면 산을 오르는 좀 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다"며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내는, 즉 새로운 지도를 만드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리 김남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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