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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기초

시인김남식 2013. 12. 20. 18:24

 

시조의 기초

 

시조(時調)는 고려 말기부터 발달하여 온 한국 고유의 정형시이다.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를 줄여서 이른 말로서 당시에 유행하던 노래라는 뜻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시조는 음악 곡조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시조는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3장으로 되어 있고 전체 길이는 45자 내외이다.

한 장이 한 행이기때문에 모두 3행이 되며 이것은 다시 1연을 이룬다.

각 행은 4음보로 되어 있고 각 음보는 3∼4음절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이 있다고 해도 여기에 꼭 맞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두 음절 정도는 보태거나 뺄 수도 있다.

단지 종장은 형식이 고정되어 있어서 첫 음보는 항상 3음절이어야 하고

두 번째 음보는 5음절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대개 3·4·4·4 / 3·4·4·4 / 3·5·4·3과 같은 운율을 띠게 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형식을 따른 것은 평시조라 하며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고 가장 많은 작품이 있다.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경치를 읊기도 하고 유교적 윤리 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있다.

개중에는 기녀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노래한 애정시도 보인다.
  

이와는 달리 둘 이상의 구절이 기본 형식보다 길어진 것을 사설시조라 하는데

형식만큼이나 내용에서도 새로움을 보여 준다.

사설 시조는 조선 후기에 들어 많이 지어지기 시작했는데 시조를 지은 사람도

서민들이 많았고 내용도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당시 등장한 실학 사상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대개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소재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으며 현실을 비판하고 폭로하는 내용도 종종 등장한다.
  

옛 선인들은 시조를 통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고려가 쇠퇴하고 새로이 조선이 들어설 무렵 자신들을 따르라는 새 왕조 세력의 권고에

정몽주라는 고려의 충신은 다음과 같이 시조로 답하였다.

    이 몸이 죽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비록 왕조가 바뀌고 나라가 변하였다고 해도 두 임금을 섬길 수는 없다는

자신의 마음을 고려의 충신은 이와 같이 한 수의 시조로 분명하게 전했던 것이다.

 이처럼 시조는 간결한 형식 속에 그 어떠한 긴 이야기보다도 더 큰 뜻과 힘을 담고 있다.

시조라는 장르는 일정한 자수에 맞게 지어야 하는 고급스러운 고유의 정형시인데

이러한 시조를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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