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作業노트

보릿고개 유월

시인김남식 2008. 6. 24. 16:45

보릿고개 유월 솔새김남식 


바람결에 흩날리던 아카시아 꽃이 지고 

밤 꽃이 지천으로 피어잇는 유월

이웃짐 담장 넘어로 삐죽이 보이는 능소화

유월이 오면 산천초목은 그 푸르름은 날로 더해간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개구리가 울어대고

이어서 보리 타작를 마치면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을 심어야 한다 

어느덧 농사일이 마무리 되면 여름이 시작 된다 


꽁보리 밥을 찬물에 말아서

오이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던 보릿고개 시절

그  아련한 추억이 그립다

학교 다녀 오면 먹으라고 어머니가 만들어 준

보리개떡과 밀가루 장떡

이제는 느낄 수 없는 것이기에

새삼 그때의 그것들이 그리운 것이다.

 

마늘을 갔다 주면 아이스케키를 주었고

고무신짝을 주면 엿을 바꿔 주었다

엄마 몰래 마을 구판장에 보리쌀을 갖다 주고

배고파서 군것질 사 먹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 철 모르던 그 시절은 순수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무엇이든 먹어야 했기애

山野에 있는 먹거리를 찾아 다녔고  

그 더운 날 아이들과 밭에서 하는

밀때기와 콩때기는 정말 꿀맛 이었다 

풀밭에 모여 앉아 풀싸움을 하며

유월의 푸르름과 함께

오직 가난을 벗어 나는 게

장래의 꿈 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상이용사와 걸인들이 사립문을 들락거렸고

온갖 전염병에 사람들이 힘들어 했던 시절  

미국 국민이 보낸 구호품을 학교에서 받으면서

반공을 국시로 삼았고

그래도 선인들이 있었기에 조국이 이만하다고

감사한 마음을 지녔던 시절이 있었다


전후 세대가 격지 못 했던 암울했던 그 시절이

어느덧 반세기를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 것을 잃어 버리고

가난했던 시절도 잊고 있다

아직 덜 배가 고팠을까

가치관과 이념이 달라서 일까

다시 한번 고난의 시대가 와야 생각을 고칠까

.


                                                                                                                     사진 = >포천 일동면에 있는 38선 수복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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