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토에세이

어느 노부부의 휴일

시인김남식 2015. 6. 3. 08:16

어느 노부부의 휴일                    솔새김남식

 

봄이 시작된지 이제 오래 되어서 제법 봄나물이 산야에 지천으로 있다

지난 휴일날 오후 산행을 하고 내려 오는 길이었다.

아파숲이 있는 마을 입구 쯤에서 정겨운 어느 노부부를 우연히 만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마침 산나물을 뜯고 있었다.

산나물이래야 씀바귀와 쑥 정도가 전부였다

분의 나이를 대략 짐작해보니 나 보다 불과 10여살 위 정도였다.

그런다보니 내 나이도 어느덧 이순을 훌쩍 넘어선게 아니가 말이다

마치 10년후 내 모습을 보는것 같아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어느 노부부의 휴일에 일상을 한참을 지켜 보고 서 있었다

노부부가 같이 산책을 나오는 경우는 특별한 잔정이 있지않고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곳으로 산책을 나온 것으로 보아서 아마 이 부근에 사는 것 같았다

간간이 도란도란 미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

그런데 내가 재밋는 참 광경을 목격했다.

그것은 할머니가 나물 캐던 칼을 할아버지가 받아서 돌에다 날을 갈고 있었다.

칼이 들지 않는다고 하니까 아마 칼을 받아서 옛날에 그랬듯이 돌에다 칼을 갈고 있었다.

그래서 소꼴을 하러 나갔다가 낫이 들지 않으면 돌에다 갈았던 옛날 생각이 문득 났다.

나는 다가가서 물었다.

뭐하세요?

칼을 갈로 있답니다

할머니가 칼이 나빠서 나물을 캐지 못한다고 했나봅니다.

두분이 참 정겨워 보입니다. 건강하세요

.

할머니가 나물캐던 칼을 돌에 갈아 준다는 것

또한 부부간의 잔정이 보통 있지 않으면 조금은 불편한 일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바빠 가던 길을 멈추게 했던 것이다. 

참 정겹게 늙어가는 모습, 여가를 행복하게 보내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며

늙어가며 부부간의 사랑이 무척 돈독해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서  

나는 지하철역으로 부지런히 발길을 돌렸다.

아마도 그날 저녁상은 쑥꾹이나 씀바귀 무침으로 오를 것이다.

영감이 칼을 잘 갈아 줘서 나물을 많이 갰지요  

된장국이 상큼하게 맛나구먼

.  

할머니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할머니가 나물캐던 곳에서 5미터 좀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에다 낫을 갈고 있었다.   


그리고 낫을 다 갈아서 할머니에게 주려고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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