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구치소 가다 솔새김남식
며칠 전 계절 청 앞에서 의기양양했던 가을이 경찰에게 연행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상 초유의 일로 예전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다
우주국 경찰에 끌려가는 가을을 보며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무상함을 스스로 느끼게 했다
그런데 고소인은 의외로 '겨울' 이었다
자연은 이른 봄부터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세상을 온통 푸르고 아름답게 만들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가을이 와서 서서히 붉은 잎으로 물들게 하였고
끝내 나뭇잎으로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이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계절의 변화라고
애써 변명했지만, 어찌 되었든 감옥에서 일 년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죄명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중한 죄명은 '아름다운 중년 인생을 너무 슬프게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서대문형무소에서 가을을 면회하고 나오는 날
독립문공원에 서 있는 나무 이파리가 떨어지기 싫어 간신이 매달려 있었다
가을은 즉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엊그제 서초동 은하수 법정에서 최종 판결이 나왔다
꽃피는 봄날처럼 아름답고 활기차게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는 검사의 선고가 있었다
대다수 지천의 나이를 가진 중년의 배심원들은 옳다고 했지만
불혹의 나이를 가진 배심원들은 죄명이 너무 가혹하다며 불구속을 원하였다
잠시 팽팽한 양쪽 의견으로 법정이 시끄러웠지만, 판사는 지천의 배심원에게 손을 들어 주었다
평상시 푸르게 보이던 잎이 가을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다양한 색으로 물들게 되는 것이 단풍이라고 하며
가지에 나뭇잎을 달고 있으면 땅이 얼어 물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양분이 손실되고 결국 나무 자체가 말라 죽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무들이 떨켜 층을 만들어서 잎을 떼어내는 고통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은 봄에 다시 새로운 잎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겨울을 이겨 내려는
자연의 이치로써 큰 걱정 할 필요가 없다는 논고가 있었다
하지만 단조로운 푸른 잎보다는 갖가지 아름다운 색감으로 보는 즐거움도
가져다주었으며 특히 먹을 것이 풍족한 수확의 계절도 있었다는
최종 변론이 있었지만, 선고 형량에는 변함이 없었다
결국 일 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섣달 초하룻날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 되었다
어찌 되었던 내년에는 좀 더 멋있고 우아하게 낭만적인 계절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