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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빼앗긴 밤 강은심

시인김남식 2010. 11. 10. 20:29

남편을 빼앗긴 밤          

 

한 남자를 기다리는 사람은  두 여자였다
기다리는 시간도 누구 한사람
일분더 오래 기다림도 아닌 똑같은 시간이었고
밤 12시가 땡하며 들어서는 남자
그 남자를 맞는 두 여자는 서로 분주하였고
한 여자는 밥상을 차리고 다른 한여인은 얼굴 보기 무섭게
서둘러 이부자리를 펴고 있다

두 사내 아이들은 벌써 잠들어 있는 고요한 밤
한 남자의 걸음 걸음을 좇아 그림자 처럼 따르는

한여자 사이로 이부 자리를 정갈하게 펴놓고
어서 오기를 기다리며 그 남자 움직이는 대로
눈 길만 보내는 애타는 눈동자의 한여인


남편을 빼앗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다른 여자도

이부자리를 폈다
이도저도 못하고 담배를 피워무는 남자
두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의 마음을 읽어 내는 건
이제 막 이부자리를 편 여자였다
그래 모르는 척 먼저 자리에 누워 버렸고

다른 한 여인은 여전히 침대 끝에 걸터앉아 한 남자만

응시 한 채 기다리고 있다

'나 저기서 조금만 자고 올게’
그 남자는 아직도 앉아서 기다리는 여인에게
베게하나 달랑 들고 간다
'가서자요 저리 기다리시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쪽으로 가는 남자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누워있는데도 갑자기 두 어깨가 뻐근 해지며 천근같은 무게가
짓눌러 오는 통증으로 시달리며 뒤척이고 있다

 

 

그 여자의 마음은 겨우 그 정도였고
그 여자는 지금 질투를 하고 있었고
마음에 서운함이 가득서려 가고 있었다
숨막힐 듯한 통증으로 자신의 욕심을 깨달은 여자
잘못된 마음 용서해 주십사 기도문을 맞추면서

말로 할 수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그 넓고 깊은 사랑이
바로 어머니만의 사랑일진데 감히 그 사랑을 견주다니
너무 늙어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은
가엾고 불쌍한 어머니께 기쁜 맘으로 양보 해야지
나도 늙어 저 나이 되면 내 아들하고 하루밤 자고 싶으면 어쩔까

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진듯 흘러 내린다
그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나니
그 심하던 어깨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잠깐이라도 질투 했음이 부끄러워지고
마음엔 잔잔한 호수같이 평안이 찾아 들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이구나
하룻밤 남편을 빼앗기고 더 큰 것을 얻어낸 여자 바로 나이다
아이 같으신 어머님을 내 어찌 질투하리요
그 사랑을 내 어찌 흉내나 낼 수 있으리요
또한 어머니의 애타하는 마음을 알아채고 껴안을줄 아는
속깊은 내 남편을 어찌 미워하리요
얄밉고도 사랑스런 내 적수 어머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어머님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에필로그 - 솔새김남식

 

이 글의 원작은 '강은심'으로

모문예지에서 아주아주 오래전에 발취한 글입니다
병환중이신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아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고부간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가 안스럽지만

바로 그런 사람들이 우리 세대가 아닐까요?
인생이란 엄마 품에 안겨 헤죽대며 젖빨던 행복으로 사랑을 먹고 살다가
내 자식 낳아 생명처럼 아끼며 사랑을 되 먹이고 
늘그막 휘청거리는 발걸음 부축임 받아 가며 흐트러진 정신 가다듬고
자식품에서 밥 한술 입에 넣는 그런 작은 것에도 
"그저 고맙다, 미안하다" 는 게 바로

부모가 아닌가 잠시 생각을 해 봅니다
지혜있는 여성이라면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로써
시어머님에겐 효부 며느리로써 좋은 사람으로 기억 되겠지요
성실한 남편에게는 참좋은 지혜로운 여자가 반듯이 곁에 있답니다.
당신도 그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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