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냄새 솔새김남식
.
1. 주전자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타는 사이에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쳐서 다 찌그러져서 이젠
온기하나 없이 싸늘하게 식은 채로 남겨진 주전자를 보는 순간
그 더운 여름날 아부지 술 심부름 갈 때 들고 가던 양은 주전자가 생각이 나고
어린 시절 그 추운 겨울에 교실 연탄 난로 위에서 팔팔 끓는 주전자가
눈꽃 피어 나듯 추억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돌아가지 못 할 시간이지만 잠시 50년 전으로 뒤 돌아 가 본다
나는 왜 옛 것에 대하여 강한 집착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건 모두가 세월 탓이겠지~
2. 연탄불
지금은 가스 연로를 쓰기 때문에 생활 주변은 깨끗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겨울엔 장작불이나 연탄불 아랫목의 온돌 문화가 우리들 체질이다
고구마와 떡 가래를 구워 먹던 시절 한겨울 화롯 불가에 앉아서
들려 주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지금은 들을 수가 없다
가스는 그냥 따스함은 있지만 따뜻함은 느낄 수가 없는 연로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가족이나 친구나 이웃이나 모두가
따뜻한 사람을 참 보기 어렵다.
연탄재의 활용도가 있다면 연탄불이 겨울엔 최고이다
3. 찐빵
어린시절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따뜻한 음식이 먼저 떠 오르고 당연히
생각 나는게 있다면 그건 찐방 이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찐빵가게 앞을 지날때 군침이 돌지만
주머니에는 동전 한푼 없었다.
먹음직스러운 진빵이 방금 가마솥에서 나오는 모습만 유리창 넘어로 바라 보며
중앙시장 길목 어귀에서 꼴깍 침을 목구멍으로 삼킨 적이 있었다.
1개 5원짜리 찐빵 두개면 한끼 식사로 충분 했던 그 시절이 있었다
찐방은 친구랑 먹을 때도 있었지만
여자 친구와 같이 따끊한 엽차와 먹을 때가 제일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