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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어머니 마음

시인김남식 2012. 2. 7. 09:21

어느 시어머니 마음

 

어느날 둘째 며느리 집에 갔다가 가슴 따뜻한 며느리의 마음을 느꼈다.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가 우리집 하고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동에 사는 큰 아들네도 얼마전에 우리 집하고

비밀번호를 똑같이 해 놓았다.
엄마가 오더라도 언제라도 자유롭게 문을 열라는 뜻이었다.
지금은 워낙 외울게 많아 비밀번호에 헤맬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참 좋았는데 작은 아들네도 같은 번호를 쓰는 지는 몰랐었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이 나를 왜 그렇게 마음 든든하게 만들었을까?
언제 내가 가더라도 마음 놓고 문을 열 수 있게 해놓은 것.
그 마음이 어느 것보다도 기분 좋게 했다.
우스개 말로 요즘 아파트 이름이 어려운 영어로 돼 있는 게
시어머니가 못 찾아오게 그렇다는 말이 있는데 설마 그런것은

아주 헛말은 아닌 듯 한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결혼 한 아들네 집에 김치를 담가서 갖다줄때

그냥 경비실에 맡겨두고 오는 것이 현명한 시어머니라는 말은

또 누가 만들었을까?


그런데  우리 두 아들네는 그렇지 않다

큰아들은 나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올 때 그저 자연스럽게 엄마 사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처럼
언제든지 그렇게 오라고 만든 두 아들네 집 비밀번호를 같이 해놓았다

그것만 생각하면 가지 않아도 마음 든든하고 편하다.
그건 아들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며느리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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