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산행후기

덕유산 산행기

시인김남식 2005. 1. 25. 16:41

 덕유산 산행기 ( 1614m )

> 산행일자 : 2146년 12월 24일                                 
> 날     씨 : 맑  음
> 소 재 지 :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 산행코스 : 용추계곡 - 동엽령 - 중봉 - 향정봉 - 가칠봉 - 구천동 ( 8시간 )



**  산 행 메 모  **

덕유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선다. 덕유산은 소백산맥 줄기에서 내려온 남한 중앙부 위치에 있
는 최고봉이다. 겨울 덕유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였다.

12월 마지막 주말, 그런데 출발 전날 반가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창가에 뿌려지는 눈발을 바라보다, 문득 지금쯤 덕유산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겠구나 생각하며 장엄한 덕유산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산으로 가는  기차는 무주를 지나 안성면 소재지에서,  

자연학습원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10여분 지난 곳에 동엽령으
로 오르는 길목이 있다. 초입에 이르는 도로는 어제 내린 눈이 그대로 쌓
여 있었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이 른 아침이라 그런지 누구도 산에 오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잠이 덜깬 매표소 아저씨에게 간단한 입산 신고를 하고
산행시간을 물어 보았더니, 눈이 와서 9 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조심해서 산행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산행을 시작 하려고
문득 손목시계를 보니 9시 50분 이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기 위해 아직
도 얼마나 추워를 더 보내야 하는지 덕유산은 아직도 영하의 쌀쌀한 날씨
였다. 눈 쌓인 산판길을 따라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하늘은 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추고 있었고
찌들린 도시에서 맛 보지 못한 상퀘한 山공기가 가슴속까지
파고 들었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 갈 수록 눈은 더 많이 쌓여 있었고
눈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모든 욕심을 버리기에 충분했다.
내린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고하여 산행이 가파를 수록 길을
미끄러웠다. 능선에 올라서니 눈꽃은 장관을 이루었고 그것은
마치 봄의 화사한 벗꽃을 옮겨 놓은 착각을 할 수가 있었다.

정말 보기 힘든 눈꽃 잔치였다. 용추폭포를 떠난지 2 시간 만에
동엽령에 올라섰다. 남덕유가 아득히 멀리 보이고 하얀 설산위로
운해와 함께 낮은 안개구름이 다가 왔다가 멀어지고 하는 모습은
마치환상속으로 휘말리는 느낌이었다.
동엽령에서 덕유평전에 이르는 해발 1500m 덕유평전의 날씨는
몇 차례씩 급변한다.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 치다가는 아름다운
운해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덕유평전에서 중봉에 이르는 길은 산행이 무척
가파른 데 다가 특히 강풍을 만나 고생하며 어렵게 산행을 하였다.
그런데 아! 얼마가지 않으면 중봉이고 다시 목적지 향정봉 정상인데
도저히 발을 옮길 수가 없었다. 눈바람이 얼굴이며 머리며 옷까지
모두 적셔 주고 앞을 볼 수가 없도록 눈은 내리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바람막이 없고 마땅이 쉴 곳도 보이지를 않았다.
결국 할 수 없이 아무데나 주저 앉고 말았다.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체력을 너무 남용했기 때문 이었다.
기력이 딸리는 것 같았다. 잠시 앉아 휴식 취하며 간식으로
요기를 하였다. 문득 설악산의 겨울등산 조난사고 기사가 생각났다.

이제 쪼금은 걸을 수가 있었서 가까스로 중봉에 올라섰다. 작년 5월
에, 이 곳에 왔을 때 중봉 원추리 단지에 핀 노란을 보고 감탄사를 보
냈던 기억을 찾으려 하였으나 지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키 작은 나
무들이 강풍에 떨고 있는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니 계절은 세월따라 흐르
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중봉에서 향정봉에 이른는
고사목 군락에 핀 하얀 눈꽃과 덕유산 설산의 아름다운 모습은 정말
잊혀 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향정봉정상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정상에서 부는 강풍도 여간 만만치 않았다.

설산의 덕유산을 언제 다시 볼 수가 있을까 하는 아쉬움을 접어두고
서서히 하산을 하였다. 몸과 마음이 허약해서 남한 중앙부
위치에 있는 덕유산의 정기를 받으면 건강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매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행 한다는 부산에 어느 노신사를
하산 길에서 만났다. 그는 길이 미끄러워 중도에서 포기하고

내려 간다고 내게 이른다.

백련사를 내려 오니 눈은 그치고 아스팔트의 내리막 길은
온통 미끄럼 길로 변해 있었다. 콧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내려왔다.
올라가는 데는 여간 고생 했지만 하산 길은 부드럽고 편안했다.
내려오는 길에 간이주점에서 막걸리 대신 뜨거운 쌍화차으로
추위를 녹였다. 삼공리 주차장에 내려오니 나를 태우고 갈
산 기차가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다.
겨울 산행에는 그리 많은 삶이 없었다.
이제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이 돌아 가려고 발길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흔들 거리는 차창 의자에 기대어 졸면서 생각한다.

오늘의 덕유산 산행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언젠가 다시 찾아가리다 

.

 

전문산악인 / 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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