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로그 현상소 / 사진, 글 = 유신영 여행+ PD취재협조
여행+ 2021. 07. 28
2019, Tasmania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해 그리움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보면 조금은 촌스러운 간판들, 다소 느린 템포의 담백한 목소리, 모든 것이 하나하나 손을 거쳐 천천히 완성되던 그때 그 시절.
필자는 겪지 못했지만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돌아갈 수 없는 세계들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먼 미래는 아니어서인가, ?지금까지도 그 세계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과 물건이 있다.
촬영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와는 달리, 36장의 사진을 다 찍고 난 뒤 며칠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는 필름 카메라. 이 독특한 방식과 특유의 색감 덕분에 필름 카메라는 몇 년 전부터 '레트로'의 대표 심벌이자 선두주자가 되었다.
익숙한 내 방, 우리 동네, 매일 가던 학교까지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필름 카메라의 마법. 오늘은 이 필름 카메라를 들고 서울의 옛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곳만을 골라 그때 그 시절, 지나온 적 없는 어제의 세계와 나와의 접점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필름로그 현상소서울 중구 퇴계로 53길 6-17, 1층
서울에는 많은 현상소가 있지만, 이곳을 찾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특이하게도 서울과 제주에 지점을 두고 있는 필름로그는 필름과 관련한 다양한 용품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는 필름 자판기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은 노란색 자판기가 눈에 보인다. 자판기 뒤로 가려진 공간이 바로 필름로그의 입구이다. 귀여운 자판기는 잠시 뒤로하고, 필름로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각종 필름부터 다양한 가격대의 필름 카메라, 일회용 카메라, 필름과 관련된 다양한 용품들까지 열 맞춰 정리되어 있다. 정신줄을 제대로 붙잡지 않으면 통 큰 소비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 레트로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참고하길. 필자도 홀린 듯 유통기한이 지나 할인 중인 필름 두 통과 코닥 필름 케이스를 구매했다.
필름로그 현상소는 현상소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보통의 현상소들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코닥, 후지 필름 몇 개와 자동카메라 몇 대 정도를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필름로그는 다양한 종류의 필름을 판매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코닥 컬러플러스부터 엑타, 골드, 프로이미지를 시작으로 후지, 로모그래피, 씨네스틸 등 여러 종류의 필름이 준비돼 있다.
뿐만 아니라 캐논, 미놀타, 후지필름, 니콘 등의 자동·수동 필름 카메라도 판매하고 있다. 일회용이 아닌 나만의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이 밖에도 내부를 찬찬히 구경하면 재미있는 물건들이 눈에 띈다. 투박하게 벽돌 위에 붙여진 필름 스티커부터, 현상을 마친 필름을 모아두는 통까지.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플라크스에 들어 있는 붉은색 필름이었다.
아그파 비스타 200은 현재 단종된 필름으로, 필자도 18년도 말 단종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아그파를 판매한다는 현상소를 몇 군데 찾아가 필름을 모은 기억이 있다. 특유의 색감이 마음에 들어 좋아하던 필름이었는데, 단종된 것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이 플라스크 안에 잘 보관된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필름로그 현상소에 온 첫 번째 이유. 바로 언제든 필카를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 때문이다.? 입구에 귀엽게 자리한 자판기로 다시 돌아가 찬찬히 카메라를 살펴보았다.
각각의 특징이 잘 정리된 이 자판기는 현상과 스캔이 포함된 금액이 적혀 있다. ?구매한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다 채운 다음, 다시 필름로그 현상소로 돌아와 직접 접수하거나, 이곳으로 택배를 보내면 현상과 스캔을 할 수 있다. 물론 자판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자판기 옆 필름 박스에 이름과 연락처,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넣으면 된다.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짧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 BEST 딱지가 붙은 믿음의 상품 40번을 구매했다. 코닥의 울트라맥스 필름이 끼워진 일회용 필름 카메라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 허락된 36번의 셔터를 가지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필름로그로 돌아가 필름 현상과 스캔을 맡겼다. 약간 민망하게도 요즘은 필름을 맡기면 빠르면 당일, 늦어도 2~3일 내에 스캔 한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 썩 잘 나온 결과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보면, 정말로 어제의 세계들에 풍덩 하고 들어간 느낌이 들면서 현재와의 묘한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편한 세상에, 사람들이 과거의 불편함으로 회귀하려는 특이한 현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몇 년 간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던 '레트로' 또는 '뉴트로'를 사랑하는 필자로서 그 시작은 별거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더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뿐.
누군가에겐 추억일, 누군가에겐 겪지 못해 그리운 그 시절. 하지만 다행히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그러니 몇십 년이 지나도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것의 흔적을 찾아 빛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떤지.어제의 세계들을 찾아, 그 옛날의 노스탤지어 속으로.
필름로그 현상소
위치 : 서울 중구 퇴계로 53길 6-17, 1층운영시간 : 13:00 - 18:00, 일요일 휴무가격 : 필름 현상 + 스캔(일반)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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