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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김동인

시인김남식 2018. 3. 4. 21:11

감자      김동인


싸움, 간통, 살인, 도적, 구걸, 징역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 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의 부처는 (사농공상의 제2위에 드는) 농민이었었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었다. 이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 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는 물 론 다른 집 처녀들과 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감고, 바짓바람으로 동리를 돌아 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알았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 에 대한 저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열다섯 살 나는 해에 동리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서 시집이라는 것을 갔다. 그의 새서방(영감이라는 편이 적당할까)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이십 년이나 위로서, 원래 아버지 의 시대에는 상당한 농군으로서 밭도 몇 마지기가 있었으나, 그의 대로 내려오면서는 하나 둘 줄기 시작하여서 마지막에 복녀를 산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었다. 그는 극도 로 게으른 사람이었었다. 동리 노인들의 주선으로 소작 밭깨나 얻어 주면, 종자만 뿌려 둔 뒤에는 후치질도 안 하고 김도 안 매고 그냥 내버려두었다가는, 가을에 가서는 되는 대로 거두어서 ‘금년은 흉년이네’ 하고 전주집에는 가져도 안 가고 자기 혼자 먹어 버리고 하였 다. 그러니까 그는 한 밭을 이태를 연하여 부쳐 본 일이 없었다. 이리하여 몇 해를 지내는 동안 그는 그 동리에서는 밭을 못 얻으리만큼 인심을 잃고 말았다.

복녀가 시집을 간 뒤 한 삼사 년은 장인의 덕택으로 이렁저렁 지나갔으나, 이전 선비의 꼬 리인 장인은 차차 사위를 밉게 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처가에까지 신용을 잃게 되었다.

그들 부처는 여러 가지로 의논하다가 하릴없이 평양성 안으로 막벌이로 들어왔다. 그러나 게으른 그에게는 막벌이나마 역시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지게를 지고 연광정에 가서 대 동강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찌 막벌이인들 될까. 한 서너 달 막벌이를 하다가, 그들은 요 행 어떤 집 막간(행랑)살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집에서도 얼마 안하여 쫓겨나왔다. 복녀는 부지런히 주인집 일을 보았지만 남편 의 게으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복녀는 눈에 칼을 세워 가지고 남편을 채근하였지 만, 그의 게으른 버릇은 개를 줄 수는 없었다.

“벳섬 좀 치워 달라우요.”
“남 졸음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내가 치우나요?”
“이십 년이나 밥 먹구 그걸 못 치워!”
“에이구, 칵 죽구나 말디.”
“이년, 뭘.”
이러한 싸움이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그 집에서도 쫓겨나왔다.
이젠 어디로 가나? 그들은 하릴없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리어 나오게 되었다.

칠성문 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은 거라지요, 부으 로는 도적질과 (자기네리의) 매음, 그 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러운 죄악이었었다. 복녀도 그 정으로 나다.

*
그러나 열아살의 한창 좋은 나이의 여편네에게 가 밥인들 줄까.

은 거이 거랑질은 .”

그런 소리를 들을 마다 그는 여러 가지 말로, 남편이 으로 죽어 가거니 어거니 핑계 는 대었지만, 그런 핑계에는 단련된 평양 시민의 동정은 역시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칠성문 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 가운데 드는 편이었다. 그 가운데서 되는 사람 은 하루에 오 리돈뿐으로 일 원 칠팔십 전의 금을 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극으로 나가서는 벌이 나갔사람은 그날 밤 여 원을 벌어 가지고 서 그 근처에서 담배 장사를 시작한 사람까지 있었다.

복녀는 열아살이었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 동리 여인들의 보통 하는 일 을 본아서 그도 벌이 좀 하는 사람의 집에라도 간간 아가면 매일 오십 전은 벌 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부처는 역시 가난하게 지다. 는 일도 히 있었다. *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었다. 그, 평양‘부’에서는 그 송충이를 는 데 (은베푸 으로)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을 인부로 게 되었다.

빈민굴 여인들은 모두 다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뽑힌 것은 겨우 오십 명쯤이었다. 복녀도 그 뽑힌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었다.

복녀는 열심으로 송충이를 았다. 소나에 사다리를 라가서는, 송충이를 집게로 집어서 물에 고, 그의 통은 잠깐 새에 차고 하였다. 하루에 삼십이 전 의 공전이 그의 에 들어왔다.

그러나 대새 하는 동안에 그는 이상한 상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 라, 은 여인부 한 여남은 사람은 제나 송충이는 안 고 아래서 지거리며 웃날뛰 기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만 아니라, 그 고 있는 인부의 공전은 일하는 사람의 공전보 다 팔 전이나 더 많이 내어주는 것이다.

은 한 사람이지만 감도 그들의 고 있는 것을 인할 아니라, 때때로는 자기 까지 여서 고 있었다.

어떤 날 송충이를 다가 가 되어서, 나에서 내려심을 먹고 다시 라가려 할 에 감이 그를 았다.

“복네, 복네.”
네까?”
그는
통과 집게를 은 뒤에 돌아다.
“좀 오나라.”
그는 말없이 감
독 앞에 갔다.
, 너, 음...... 데 뒤 좀 가보디 않갔니?”
“뭘 하
요?”
글쎄, 가야.......”
“가디요,
님.”
그는 돌아서면서 인부들 모여 있는 데로 고
함쳤다. “님두 세다가.”

. 둘이서 재나게 가는데, 내가 무슨 맛에 가갔니?” 복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면서 감에게로 돌아다. “가보자.”
은 저편으로 갔다. 복녀는 리를 수그리고 라갔다. “복네 갔구나.”

뒤에서 이러한 고소리가 들다. 복녀의 인 얼굴은 더욱 발갛게 되었다. 그부터 복녀도 ‘일 안 하고 공전 는 인부’의 한 사람으로 되었다.
*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관은 그부터 하였다.

그는 아직딴 사내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 본 일도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짓으로만 알고 있었다. 은 그런 일을 하면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 로 알았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어디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 은 결코 사람으로 못 할 일이 아니었었다. 게다가 일 안 하고도 돈 더 받고, 된 유쾌가 있고, 어먹는 것보다 점잖.......

일본말로 하자면 ‘삼자(三拍子)’ 같은 은 일은 이것이었었다. 이것이말로 의 비 이 아까. 만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이 것 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그 뒤부터는, 그의 얼굴에는 씩 분도 바르게 되었다.

*

일년이 지다.

그의 처세의 비더욱더 순탄진척되었다. 그의 부처는 이제는 그리 하게 지내지는 않게 되었다.

그의 남편은 이것이 결국 좋은 일이라는 이 아랫목워서 벌신벌신 고 있었다. 복녀의 얼굴은 더욱 졌다.
“여보, 아
바니, 오은 얼마나 벌었소?”
복녀는
번 듯한 거라지를 보면 이는다.

“오이 못 벌었다.”
“얼마?”
“도
지 열서너 냥.”
이 벌었다가, 한 주소고래.” “오은 내가.......”

고어고 하면, 복녀는 곧 뛰어가서 그의 팔에 다.
“나한
킨 댐에는 말아요.”
“난 원 이 아
마니 만나문 야단라. 자, 주디. 그 대신 ? 알아 있디?”

“난 라요. 해해해해.”
“모르문, 안 줄
테야.”
글쎄, 알았대두 그른다.”
그의 성
은 이만큼까지 보되었다. *

가을이 되었다.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칠성문 밖에 있는 중국인의 채마밭에 감자(고구 마)며 배추를 도적질하러 에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복녀도 감자깨나 도적질하여 왔 다.

어떤 날 밤, 그는 감자를 한 바구니 도적질하여 가지고, 이젠 돌아오려고 일어설 때에, 그의 뒤에 시꺼먼 자가 서서 그를 꽉 붙들었다. 보니, 그것은 그 밭의 소작인인 중국서방이었었다. 복녀는 말도 못 하고 멀진멀진 발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집에 가.”

서방은 이게 말하였다.

“가재문 가디. , 것두 못 까.”

복녀는 엉덩이를 한번 홱 두른 뒤에 리를 히고 바구니를 저으면서 서방을 라갔다.

한 시간뒤에 그는 서방의 집에서 나왔다. 그가 밭고랑에서 로 들어서려 할 에, 문 뒤에서 가 그를 았다.

“복네 아니?”

복녀는 돌아서 보았다. 거기는 자기 집 여편네가 바구니를 고 어두운 밭고랑을 더 듬더듬 나오고 있었다.

님이댔쉐까? 님두 들어갔댔쉐까?” “님자두 들어갔나?”
님은 집에?”
“나?
서방네 집에. 님자는?”

“난 서방네...... 형님 얼마 았소?”

서방네 그 깍쟁, 배추 .......”

“난 삼 원 았디.”

복녀는 자랑러운 이 대하였다.

분쯤 뒤에 그는 자기 남편과, 그 삼 원을 내어은 뒤에, 아까 그 서방의 이기를 하면서 고 있었다.

*
그 뒤부터 서방은 시로 복녀를 아왔다.

참 왕서방이 눈만 멀진멀진 앉아 있으면, 복녀의 남편은 눈치를 채고 밖으로 나간다. 서방이 돌아간 뒤에는 그들 부처는, 일 원 은 이 원을 가운데 고 기하고 하였다.

복녀는 차차 동리 거지들한테 애교는 것을 지하였다. 서방이 주하여 못 올 때

가 있으면 복녀는 스스서방의 집까지 갈 때도 있었다. 복녀의 부처는 이제 이 빈민굴의 한 부자였었다.
*
그 겨울도 가고 이 이르다.

때 왕서방은 돈 백 원으로 어떤 처녀를 하나 마라로 사오게 되었다. “.”
복녀는 다만
코웃음만 다.
“복녀, 강
하갔구만.”

동리 여편네들이 이런 말을 하면, 복녀는 하고 코웃음을 고 하였다.

내가 강를 해? 그는 늘 힘있게 부인하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기는 은 그자 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놈 왕서방, 네 두고 보자.”

서방의 시를 데려오는 이 가까다. 서방은 아직자랑하기다란 머리를 았 다. 동시에 그것은 새시의 의이라는 소문이 쫙 퍼졌다.

.”
복녀는 역시
코웃음만 다.

마침내 시가 오는 이 이르다. 칠보 장에 사인탄 색시가, 칠성문 밖 채마밭 가 운데 있는 서방의 집에 이르다.

, 서방의 집에는 중국인들이 모여서 기를 며 별곡조로 노래하 며 야단하였다.

복녀는 집 모이에 어 서서 눈에 살기를 고 방 안의 동정을 고 있었다.

다른 중국인들은 새두시하여 돌아갔다. 그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복녀는 서방의 집 안에 들어갔다. 복녀의 얼굴에는 이 하리어 있었다.

신랑신부는 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서운 눈으로 겨보면서, 그는 서방에게 가서 팔을 어졌다. 그의 에서는 이상한 음이 흘렀다.

“자, 우리집으로 가요.”

서방은 아말도 못 하였다. 눈만 정처없이 두하였다. 복녀는 다시 한번 왕서방 을 들었다.

“자, 어서.”
“우리, 오
늘 밤 일이 있어 못 가.”
“일은
밤중무슨 일.”
“그래두, 우리 일이
.......”
복녀의
에 아직껏 떠이상한 음은 문없어졌다. “이까짓 것.”
그는
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리를 다.

“자, 가자우 가자우.”
서방은 들 떨었다. 서방은 복녀의 을 뿌리다.

복녀는 러졌다. 그러나 다시 일어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에는 얼른얼른 하는 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이 되, 죽어라, 죽어라, 이, 나 때렸디! 이아, 아이구, 사람 죽이나.”

그는 고 처울면서 다. 칠성문 밖 딴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에 들 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서방의 으로 어가고, 복녀는 으로 으면서 그 자리 에 고라져 있었다.

*

복녀의 장은 사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서방은 몇 을 복녀의 남편을 아 갔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서방을 아갔다. 둘의 새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이 지다.

밤중에 복녀의 시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시에는 세 사람이 둘러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서방, 한 사람은 어떤 한방 의사. 서방은 말없이 니를 내어, 십 원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의의 에도 십 원리 두 장이 갔다.

튿날 복녀는 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지로 가져갔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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