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서삼릉누리길
짙푸른 녹음과 왕가의 기품이 어우러진 서삼릉을 시작으로 이국적인 초원과 정겨운 마을 풍경, 잠시 걸음을 멈추고 즐기는 막걸리 한잔의 여유를 만날 수 있는 서삼릉누리길은 고양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코스다. 수도권에선 지하철만 타면 언제든 부담 없이 떠날 수 있으니 도심 속 힐링 산책길로도 제격이다.
권력이 무상하더라, 서삼릉
중종(1488~1544)의 계비였던 장경왕후(1491~1515)의 능인 희릉과 그의 아들인 인종(1515~1545)의 능인 효릉, 철종(1831~1863)의 능인 예릉이 한데 자리한 서삼릉은 서오릉과 함께 고양을 대표하는 유적지다. 왕릉은 그 주인이 누구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데, 이곳 서삼릉은 당대 최고의 지위에 올랐으나 냉혹한 정치권력에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이 한데 자리해 더욱 눈길을 끈다.
[왼쪽/오른쪽] 서삼릉의 입구 /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능인 희릉의 전경
장경왕후는 후궁으로 궁에 들어와 모든 여인들이 선망하는 왕비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겨우 스물다섯의 나이에 산후병으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목숨과 맞바꾼 아들 인종은 훗날 임금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계모인 문정왕후(1501~1565)의 등살을 이기지 못하고 재위 9개월 만에 숨을 거두고 만다. 이들 모자(母子)의 능은 본래 지아비이자 아버지인 중종 곁에 자리했으나 그마저도 문정왕후의 계략으로 정릉이 옮겨지면서 둘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강화도령’으로 잘 알려진 철종 또한 평범한 시골농부의 삶을 살다가 권력자들에 의해 왕위에 올랐고, 정치적으로 무엇 하나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허수아비 임금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은 모두가 욕망하는 자리에 앉았지만 여느 촌부만큼도 행복하지 못했다. 이들의 능을 차례로 돌아보다 보면 절로 권력의 무상함과 함께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왼쪽/오른쪽] 철종의 능인 예릉의 모습 / 철종과 그의 비인 철인왕후가 함께 자리한 예릉
그림 같은 초원으로, 원당종마목장
짙푸른 초원과 하얀색 울타리, 한가로이 풀을 뜯는 흑갈색 말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진 원당종마목장은 각종 CF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입구부터 아름다운 은사시나무 가로수길이 펼쳐지고, 마치 유럽의 어느 목장에 온 것처럼 이국적인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다 보면 북적이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간혹 멋스러운 갈기를 흩날리며 기수와 한몸이 되어 달리는 경주마들도 만날 수 있어 색다른 볼거리가 된다. 힘찬 말발굽소리와 시원스런 속도감에 마음도 뻥 뚫리는 듯 하다.
드넒은 목초지와 산책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왼쪽/오른쪽] 이국적인 목장 풍경 덕분에 출사지로도 인기가 좋다 /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마체험도 가능하다
본래 우수한 종마들을 육성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어진 이곳은 지난 1997년부터 목장 일부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최근엔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직접 말을 타보는 기승체험은 물론 이를 사진으로 찍어 기념 머그도 제작해준다. 또 보호자 동반 하에 마방 등 말 관련 시설 견학도 가능해 가족 단위 관람객이라면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줄 수도 있다.
[왼쪽/오른쪽] 푸른 초원을 시원스레 내달리는 기수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 기승체험 모습을 담은 머그가 색다른 기념품이 된다
막걸리 한 잔의 여유, 배다리술박물관
원당역 바로 옆에 자리한 배다리술도가는 1915년에 처음 문을 연 이래 무려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다시 그 아들의 아들로 이어진 세월의 맛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깊고 향기롭다. 이곳에서 만든 막걸리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은 데는 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길에 국밥집에서 배다리막걸리를 처음 접하게 된 박 전 대통령은 그 깔끔한 맛에 반하여 아예 청와대로 주문해 마실 만큼 즐겨 찾았다. 덕분에 ‘대통령 막걸리’라는 애칭까지 얻었는데,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백발성성한 단골손님들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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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막걸리는 대통령의 술로 유명하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받은 박성빈 관장은 소줏고리에 불 때는 법부터 다시 배우고 새로운 막걸리를 개발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이다. 오래된 술도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난 2004년엔 술박물관을 열었다. 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누룩 분쇄기와 대형 옹기 등을 직접 수집했는데, 낡고 소소한 유물이지만 우리네 전통 술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술박물관 1층은 현대식 주막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곳에서 시원한 막걸리에 고소한 부침 한 조각이면 짧은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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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막걸리 한잔으로 누리길의 여운을 즐길 수 있다
배다리 술도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술박물관은 전통 양조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갖가지 양조기구도 살펴볼 수 있는 알찬 공간이다. 박물관 1층에선 이곳 술도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막걸리와 전통주도 맛볼 수 있어 짧은 여행의 여운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배다리술박물관의 전경
[왼쪽/오른쪽] 술 빚는 모습을 형상화한 모형 / 2층 전시실에선 전통주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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